삶의 이야기

찢겨진 성경책

springpine77 2019.03.13 15:07 조회 수 : 231

 

 

 

현진건의 운수 좋은 ,  
동소문안 인력거꾼 김첨지는 얼은 내리는 어느 겨울날  운수대통하여 30원인가를 벌어 선술집에 들러 대포잔도 거나하게 걸친 , 병들어 누워 있는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다던 설렁탕 사발 끌어안고 집으로 달려갔으나, 죽은 엄마의 젖꼭지를 빡빡 빨고있는 박이 개똥이가 소리 울음으로 그를 맞아 준다.

  1983
깊은 가을 , 차가운 추적 추적 내리고 있었다
꼭두 새벽 나의 활동 무대인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내달아 손님이 끊임 없이 나오는 하이얏 호텔 택시 라인 (30 줄지어 서있다가 도어맨이 호르라기 불면 순서대로 달려가 손님을 태우는 ) 뒷똥무니에 대고 서는데 벌써 호르라기 소리 연거푸 나며 택시들이 서있을 겨를 없이 빠진다. 차례 되어 프론트로 차를 대는데 큰가방 신사가 기다리고 있다. 총알같이 뛰쳐 나가 무거운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손님 닫아주고 출발한다.

"O'Hare, please."

이게 떡이냐! 마수부터 오헤어라니. 공항을 다운타운에서 잔챙이 실어 나르는것보다 들고 매상은 팍팍 뛴다.

고학생 시절, 택시운전면허 취득해서 주중에는 직장 나가며 학교 다니고 토요일 하루는 택시를 몰았다. 새벽 5 차고지에 택시 몰고 나와 다음 주일 새벽에 돌려준다. 시간이건 24 시간 이건   빌리는데 일당을 지불하는데 나는 일당을 완전히 우려먹어야만 했기에 거의 24 시간 택시 좁은 공간에 갇혀 살았다

  
주일 새벽, 택시를 돌려주고 승용차로 집에 뒤켠에 세우고 손바닥만한 뒷뜰 보드블락 여나무 발작 걸어서 작은 학고방같은 뒷문, 부엌문 열고 들어와 곤히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 살금 살금 침대에 몸을 눕힌다. 아들은 건너방 2 침대에 자고 있다.
몸을 눕혔으나 공중에   떠있는 기분이다. 보드블락 걸어 때도 다리가 둥실둥실 구름 걷는듯 제정신이 아니었다.  24시간 택시 안에 갇혀 손님들이 가자는 데로 이리 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아무리 젊은이라 해도 몸둥이가 완전 녹초가 되고만 것이었다.  

가슴 벅찬 졸업 , 전공 분야 직장 생활 하며 토요일 택시는 계속되었다. 아내도 최저 임금 받으며 공장에서도 일하고 관광공사에도 출근하며 주말에는 학교에 나가 이중언어 교사 자격증 얻기위해 공부하는, 피양또순이 계속하던 ,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미국에 계속 살바에는 무언가 장사 길로 들어서야지. 그러나 수중에 돈이 없다. 종자돈을 단시일에 거머쥐려면 택시 운전하면 된다고 한다. 풀타임으로 죽기살기로 택시를 몰면 년이면 웬만한 목돈 마련할 있단다. 그러자면 번호판은 랜트하더라도 차만큼은 차라야 한다. 돈도 없다. 택시 운전 베테랑인 집사가 2000불을 빌려 준다. 옐로 차고지에 가서 낡은 택시, 딱정벌레 모양으로 차체는 크고 바퀴는 닳아빠진 옐로 대를 구입한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드라이버 편력 5 개월 지나 이제 6 개월 접어들며 눈도 밝아 졌고, 낡은 택시와의 끊임없는 격투에서도 드디어 손이 번쩍 들리는가 싶었다. 이놈 저놈 함부로 몰아 고물차가 얼마나 고장이 잦았던지... 하마터면 털고 나올 수도 있었는데, 나도 무대뽀로 맞짱 뜨는 데는 선수여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쳐 대다 보니 이제는 쌩쌩 달리는 (?) 되어 있었다

번은 다운타운에서 젊은 청년이 손을 번쩍 들기에 차를 세웠더니 허겁지겁 올라타며 노스웨스턴 병원으로 내빼란다. 마음은 급한데 속력이 붙질 않는다. 서행 하는 밖에.
"Hurry up man, my wife is dying man." {서둘러 주세요. 내 아내가 죽어가고 있어요.)


백밀러로 손님의 얼굴 보니 완전 사색이다. 주여, 아무리 밟아도 감이 없다. 어찌 됐건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병원 앞에 당도했다. 5 짜리 지폐 내던지며 정신 없이 닫던 청년은 아내의 거두는 모습 지켜 있었을까?

케네디 익스프레스 하이웨이를 쌩쌩.
시카고 다운 타운에서 오헤어 국제 공항까지 30 마일. 아침부터 듯기 시작한 빗방울이 차창을 계속 때린. 터미널에 손님 내려드리고 택시풀(택시들이 이백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가":'Front row!"(앞 줄!)이라고 스피커에서 소리나면 앞줄에 있던 대의 택시가 일제히 터미널로 달려가 터미널 마다 20 기다리는 꽁무니에 붙어 있다가 순서가 되면 손님을 맞게 되는 대기 장소) 차를 몰았다

택시풀은 휴식처다. 떄로는 2 시간 이상 기다려도 "Front row!" 소리가 없다. 기다리며 책도 보고 동료와 잡담도 한다.

셋째 아이 임신한 아내가 오늘 병원 약속 잡혀 있다. 나는 밤새 이루며 태아의 하소연 들었다. 딸아이였다.
"
아빠 나는 무서워요. 억울해요. 내일 엄마가 병원에 가서 핏덩이를 긁어낸다고요?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거죠? 몸이야 세상 태어나   쉬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그렇다쳐도 영혼은 어떻게 되는거냐구요? 불쌍한 영혼, 우주를 떠돌다 어느 거미줄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천년 만년 신음 해야 되나요?  하얀 뭉게구름은 저에겐 사치지요. 시커먼 먹구름에 실려 허공 맴돌다 번개 하늘 가를 캄캄한 우주 공간으로 팽게쳐지는 걸까요? 무서워! 나를 위해 울어줄 친구도 없고 고독에 묻혀 태평양 상공 떠돌다 붙일 터럭 하나 없는 파도 속으로 빨려들어가 깊은 바다 속으로 바다 속으로 가라 앉게 되나요? 아빠, 다시 생각해보세요. 지금 힘들다고 저를 지워버리면 어떡해요. 저도 엄마 아빠가 힘들어 하시는 조금은 알아요. 오빠 데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 땅에 뿌리 내리느라 정말 드시지요? 그러나 조금만 참아주세요. 엄마 아빠가 신뢰하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거예요. 저는 믿음 분명해요. 우리 가정은 가장 행복한 가정이 거예요. 땅에 태어나면 열심히 살께요. 엄마 아빠의 사랑스런 딸로 귀여운 여동생으로 열심히 노력할께요. 저는 엄마 아빠의 기쁨이 거예요. 멋지게 살아갈 거예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아---
아빠아---
아빠아---

  
택시풀 한켠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로 다가간다. ' 251-7548'
"
때르릉, 때르릉."
"
여보세요."
"
, 여보 나야. 오늘 9 시에 잡혀 있는 병원 약속 캔슬해요."
"
?"
"
지금 힘들어도 조금 견디자구요."
"
네에, 알았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제야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운수 좋은 , 차가운 내리던 1983 11 어느 , 나는 무려 3 다운 타운에서 오헤어 왕복하고 오헤어서 중년의 신사를 태우고 케네디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땅거미 짙어가고 빗방울 굵어지는데 두둑해진 주머니 감지하며 신바람 나게 핸들 잡고 있었지... 
"
아뿔싸!"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컨트롤 되지 않는다. 시속 65 마일 제멋대로 전신주 스치는데 전봇대가 픽픽 쓰러진다. 중앙 분리대 난간이 파파팍 눕는다. 갑자기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뛰어든다.

작렬하는 태양, 5 꼬맹이가 열어 수문 콸콸 흐르는 도랑 물에 떠내려 가고 있었다. 세상이 노랗다. 아앙 엄마 엄마아 울부짖는데 소리 꼬맹이 귀에도 들리지 않는다. 발버둥치며 허우적이며 떠내려간다.  죽음의 수문은 앞에 그렇게 열려있었다.

"
꽈당탕!"
"...."
"Son of a bitch!' (개빌어먹을!)


택시가 미끄러지는 2,3 동안 죽은 소리 못하고 얼어 있던 뒷좌석 신사가 정신이 들자 욕설 뱉는다.
"
아고, 아이고 아고고..."
나도 정신이 들고 보니 손등에 심한 통증이 있고 핸들이 밀려 들어와 몸을 조이고 있다. "아이고 애고..." 기사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반대편 열고 내리려는데 발이 땅에 닿질 않는다. 인가 싶어 더듬으며 다리를 쭈욱 뻗으니 땅이 집힌다. 다락에서 내려 오듯 기어서 내려와 보니, 노란 택시가 횃대 위에 걸터 앉은 병아리처럼 난간 위에 걸터 앉아 있었다. 앞바퀴는 이쪽 난간에 뒷바퀴는 저쪽 난간에. 난간 높이는 50 cm 정도. 눈에 뛰어들었던 콘크리트 벽은 하이웨이 위로 지나고 있는 에디슨 길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교각이었다. 교각을 들이받고 탁구공처럼 튀어 난간 위에 올라탄 것이다.

잠시 , 앰블런스가 달려 오고 인근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를 눕히는 카트를 끌고 멀쩡한 백인은 부축해서 응급실로 달리면서 손등에 피가 철철 흐르고 절룩거리는 나는 어느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병원 혼자 열고 프론트로 다가갔다. 파란 눈의 금발, 접수하는 젊은 여인의 눈길에 동정의 빛이 역력하다.
"We can't do anything for you, 'cause cab driver isn't covered by insurance." 

 

(당신을 위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없네요. 택시 기사는 보험 커버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했던 거즈 뭉치를 건네준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을 틀고 피가 흐르고 있는 손등을 씻었다. 솟고 있는 구멍마다 유리 조각이 박혀 있었다. 한참 만에 손에 잡히는 모든 유리 조각을 제거한 거즈로 손등을 쌌다

차가운 내리는 낙엽 덮힌 거리, 양손 두터운 검은 쟈켓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는다. 내가 사는 학고방까지 블락, 처량하게 절룩이며 그래도 뜰에 디디니 안도의 한숨이다. 부엌에 불이 환하게 켜있고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부엌 열고 들어가 탁자 앉는다. 밖에 일찍 퇴근한 남편의 모습에 의아해 하는 아내. 나는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 침통하게 한마디 읊었다.
"
지금 유령이 와서 여기 앉아 있다고 생각하세요."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없이 손을 꺼내 보여준다.
"
어머머머! 손이 이래?"

다음 오후, 옐로 차고지를 찾았다. 캡에서 소지품을 꺼내기 위해 서다.
유리창은 박살 뚫렸고 부분은 깡통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삐걱거리며 열고 소지품 챙기는데,
바닥에 나동그라진 성경책
두꺼운 표지가 예리한 단도로 긁은 , V자로 찢겨져 있었다

 


비수 같은 유리 파편이 목줄기 향해 날아든다
택시풀에서나 어디서 기다리는 시간에 펼쳐 읽곤 하던 성경책!
말씀이 방패 되어 튀어 올라 죽음의 비수를 막아낸다

찢겨진 성경책!
나의 생명 죽음의 문턱에서 양손으로 감싸 안아 로고스!


빌린 2000 갚고 나니 5 시카고 바닥 낮으로 휘적시며 흘린 젊은이의 피와 땀과 눈물의 값은 0.00 불이었다

"
나의 가도록 예수 인도 하시니..."
젊은이 돌려 놓으신 하나님은 실수가 없으시다.
0 에서 시작하면 세상사 모든 행복이라 했던가?  

 

할렐루야!

4246 N. Pulaski Rd. Chicago, IL 60641 Tel)847.401.7505/224.388.8282 Copyright © 시카고장로성가단 All Rights Reserved.